험난한 그래픽 카드 구입기


그래픽 카드 구매


한동안 오지 않을 이 여유로움.

여유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들 추천하지만,

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친구들 만나거나, 내 취미 생활하는 걸 더 선호한다.

(맛집 여행처럼 주목적이 맛집탐방인 여행은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내 취미중 하나인 게임의 퀄리티를 높히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그래픽 카드를 사서 달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는 CPU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롤을 포함한 웬만한 게임은 모두 최저옵으로 돌리고 있었고,

그래픽카드 사양이 안되는 게임은 그냥 미련없이 포기했었다.


요새 제일 잘나가는 건 1080ti 이지만,

주머니 사정도 그렇고, 내가 할 게임에 저렇게 고사양은 필요치 않다.

다나와에서 가성비 좋은 그래픽 카드를 검색하다

GTX 1050ti를 선택했다.

GTX_1050ti

너굴맨을 보니 더욱 믿음이 갔다.(?)

옥션에서 구매를 했고, 하루만에 도착했다.

역시 판매자는 용산 전자상가에 위치한 가게였다.

gtx1050ti


그래픽카드를 메인보드에 꼽을 때,

아예 다 뿌셔버릴뻔 했다.

꼽아도 잘 안꼽아지길래 계속 힘을 늘려가며 눌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컴퓨터를 두번 조립해봤는데,

그때마다 메인보드에 램이 잘 안들어가고

엄청 뻑뻑하게 꽂혔었다.

그래픽 카드는 처음이었는데 ‘이것도 비슷한건가?’ 하고

메인보드가 훅훅 휘도록 힘줘서 눌러댔다.

그렇게 30분을 끙끙대다 이 부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랬다.

vga_cap

이게 무슨 부분이냐면, 메인보드와 연결되는 부분을 보호하는 캡이다.

세상에, 꼽는 부분이 캡으로 덮혀있었던 것…

놀란 마음 추스리며 캡을 벗기고 다시 메인보드에 꽂아보았다.

이렇게 쉽게 쑥 들어가다니…

근데 이 캡을 벗기라는 설명이 설명서에 없다!

vga_explanation

살짝 짜증이 났지만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부드럽게 돌아가는 게임화면에 짜증은 눈녹듯이 사라졌다.

내가 현재 하는 게임을 모두 풀옵으로 돌릴 수 있었다.

롤에 그림자가 있었다니…

한동안 잊고 살았던 사실이다.




갑작스런 불량 발생


그 다음날, 난 여유로운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 화면이

그래픽 드라이버를 설치하기 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었다.

장치관리자에서 살펴보니,

그래픽카드를 인식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낌표가 뜨면서 코드 43 오류를 뿜어내고 있었다.

code43

내 컴퓨터 화면은 아닌데, 미리 캡쳐를 안해놔서

인터넷에 같은 증상 사진을 이용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며 구글링을 수시간동안 했다.

크게 두가지 원인이 있었다.

하나는 드라이버 호환성 문제,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 불량


처음에는 ‘설마 하드웨어 불량이겠어…‘라는 생각에

다른 버전의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걸 반복해봤다.

이게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리는게,

드라이버 설치 자체도 오래 걸리고,

삭제할때도 레지스트리 파일을 깔끔하게 지워야해서 오래걸린다.

그렇게 한 10번 드라이버를 설치/삭제를 반복하니

지치기도 하도 이런 생각도 들었다.

‘처음엔 호환 잘 되다가 갑자기 안된다고?? 그게 말이 되나??’


생각을 고쳐서 바로 서비스 센터에 연락하기로 했다.

상자에 적혀있는 cs센터에 연락해보니

그래픽카드 자체에 결함인지 확인을 위해서는

택배로 보내든지, 직접 가지고 와야 한단다.

택배로 보내면 물건이 왔다갔다 하는데 최소 3일이 걸린다.

게다가 물건 결함이 아니면 택배비도 지불해야한다.

직접 가지고 가는건 또 귀찮…

확실히 그래픽카드 자체가 문제인지도 불확실한데

그렇게 왔다갔다 하긴 너무 싫었다.

그래서 cs센터에 확실히 하드웨어 문제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냐 물었더니

다른 메인보드에 꽂아보는 수밖에 없단다.

결국 컴퓨터 수리점에 가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노양심 수리점


그래서 집 근처 수리점을 알아보고 전화를 해봤다.

처음 네군데는 모두 출장 수리밖에 안한다고 한다.

내가 직접 본체 들고 가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안된단다.

출장비는 제일 싼곳이 만원, 보통 15000~20000원이다.

내가 원하는건 그저 다른 메인보드에 내 그래픽 카드 꼽아보는 것 뿐인데…


그렇게 수소문 하다 겨우 내가 직접 본체 들고 가도 되는 곳을 발견했다.

본체를 들고 낑낑대며 10분 정도 걸어갔다.

그곳에서 다른 메인보드에 꽂아봤고, 똑같은 오류가 나는 걸 보고

하드웨어 자체 불량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카드로 할꺼냐 현금으로 할꺼냐고 물어보길래

아저씨가 착하신거 같아서 현금으로 한다고 했다.

혹시 몰라서 2만원을 들고 갔었다.

sw문제였는데 거기서 고쳐주면 그만한 값은 줘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얼마를 받아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내가 주머니에서 현금 2만원을 꺼내니까

‘에이~ 나도 먹고 살아야지’

이 멘트를 치면서 2만원을 내손에서 채가고 5000원을 거슬러준다.

??


컴퓨터 수리점에 처음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쪽 세상의 물가에 대해선 잘 모른다.

다만 컴퓨터 조립비가 2만원 정도 한다는 건 알고있다.

하지만, 본체도 내가 들고간거고

그래픽 카드 다른 곳에 꼽고 드라이버 설치해보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본체 내부 청소도 안해주고,

다시 본체 들고 집에 가는 것도 내가 다 하는 거다.

근데 15000원?

그 많은 부품들 다 조립해주는게 2만원인데?

완전 호구가 된 기분이었다.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봤다.

물론 다른 곳에서 점검을 받았으면,

무조건 출장비는 포함이니까 이보다 훨씬 비쌌을 것이다.

흠…


방금 간 곳 가격표를 살펴봤다.

detail_explanation

운영체제 설치해주는데 3만원…

그거 그냥 다음 다음 다음 클릭만 하면 끝나는 걸 3만원을 받다니…

그거까지 살펴보니, 15000원… 그럴만 했다.


정찰제로만 받는다는 설명(부담가지 않는 정도만 받는 센스!)

이외에 다른 글귀도 엄청 양심적으로 운영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내 생각엔 말과 행동도 다르고,

한참을 고민한걸로 봐서 가격도 정찰제가 아니었으며,

내 2만원을 보고 가격 결정을 하는거 봐선 양심도 없다.


예전에 그런적이 있다.

광주에 계신 엄마가 컴퓨터가 잘 안된다면서 수리기사를 불렀었다.

나는 타지에 살았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

출장기사의 말을 엄마한테 전해듣기로는 램쪽에 먼지가 쌓여서

인식이 잘 안된다면서 청소를 해주고 갔다고 한다.

그 컴퓨터 내가 조립한거여서, 어떤 부품 썻는지 다 아는데

램도 어디 듣보잡 싸구려 제품으로 바꿔치기 했었다.

이런 일은 너무 흔해서 뉴스나 기사도로 많이 나온 내용이다.

아… 양심없는 장사꾼들…




난 잘못이 없는데…


어쨋든 그렇게해서 그래픽카드 자체가 불량인걸 알고

다음날 용산에 서비스센터에 직접 갔다.

엔지니어가 직접 검사를 했고, 제품 불량으로 결론났다.

check_result

본사에 제품을 넘기면 새제품으로 보내준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대신 저 검사지를 들고 구매한 판매점에 가면 바로 교환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서비스센터 가까이에 판매점도 있어서,

내가 직접 불량 제품과 검사지를 들고 판매점에 가서 새 제품으로 교환을 받았다.


사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불량인지 확인하는데 15000원 쓰고,

용산까지 오고가는 교통비에, 시간도 2시간 가까이 썼다.

하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다.

피해자는 난데, 왜 내가 이런 손해를 봐야하는건지 모르겠다.




그 외의 문제점들


이 외에 문제점이라면

내가 받는 제품이 새 제품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픽카드 상자가 씰이나 테이프같은걸로 밀봉이 안돼있길래

판매점 직원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원래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그럼 신품인지 중고인지 어케 아냐’고 물어봤더니

시리얼 넘버를 보여주면서

이걸로 생산년월을 알 수 있다, 이정도면 신품이지 안냐

고 답변한다.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수명이 존재하고,

하드웨어같은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요즘같이 비트코인 채굴이 열풍이 지나가고

걸레짝이 되버린 중고가 신품으로 둔갑하는 일이 빈번한 시기에

이런 답변이 만족될리가 없다.


그런데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정말 신품/중고를 구분할 길이 없다.

믿을 만한 판매점에서 구매하든지,

생산년월을 보고 그냥 믿던지,

나사박힌 흔적 유무를 보고 대충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그냥 한숨밖에 안나오는 그래픽카드 구입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