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W직군 합격 후기


엄청나게 심심한 지금


그렇다… 현재 나는 매우 심심한 상태다.

합격발표만 나면 누구보다 신나게 놀아야지 다짐했지만

놀 줄 모르는 불쌍한 인간형이다.

디아2, 디아3, 배그, 롤 어떤 게임을 해도 그닥 재밌지 않다.

battleground

배그는 너무 어렵다.(무슨 게임이 튜토리얼 플레이도 없냐…)

어디선가 갑자기 총 맞을 때마다 심장발작 올 것 같다.


dia

디아2, 디아3은 원하는 템 나올 때까지 노가다 하는게 지루하다.

일단 디아2는 리마스터의 기대를 안고 새로 디지털 구매를 해놨다.


lol

롤은 괜히 팀때문에 지는 거 같아 하면 짜증이 난다.(전형적인 남탓 골드충)

그래도 꿀잼 티모는 귀엽기에 돈주고 그래픽 덩어리를 샀다.

beemo

그리고 언젠가 라이엇을 해킹해서 야스오를 삭제해버리고 말것이다.


어차피 평생할 개발인데

지금 개발공부하면 뭔가 괜히 손해보는 거 같아 억지로 안하고 있다.

그냥 빨리 입사해서 개발하고 싶다.


여차저차해서 결국 할게 없어 이 글을 쓰고있다.

남는게 시간이라 취업 후기 포함해서

쓸데없이 이것저것 잡념을 써보고자 한다.




2017년 12월 백수 시작


여차저차해서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12월부터 백수가 됬다.

그 누구의 탓을 할게 없다. 다 내 잘못이다.

회사 사정이 어떠하든, 내가 비전공자든 뭐든

개발일을 일년도 안해봤든 어쩌든,

나름 노력을 했든 안했든,

핑계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고등학생 때처럼 밤잠 줄여가며, 코피 터지게 노력했던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개발 측면에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내 직업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큰맘먹고 이전 직장을 때려치고 나온 사람치고는 너무 안일했다.




이제 어느 회사에 가야하는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나도 하고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알고있다.

하지만 아직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는 컸다.

좀 더 개발자의 길에 도전해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다른 길을 가고싶었다.


그렇다면 어느 회사에 지원해야할 것인가

처음엔 잘 알려진, 어느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을 살펴보았다.

거진 다 경력직만 뽑고있었다. 최소 2년…

이상향을 써놓은 것이니 일단 지원해보라는 주위 의견도 있었다.

학벌로 밀어붙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우연히 컨택하게 된 스타트업의 러브콜도 있었다.


하지만 별 노력없이 또 다른 회사를 가게되면

회사에서 나에게 바라는 기대치와 내 아웃풋의 갭이 클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범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개발도 생초보인데

보통의 회사에서는 짧은 기간내 능력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근데 이건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인듯 하다.


그래서 생각한게 테스트를 거치고, 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회사였다.

회사에서 원하는 실력을 갖춘 사람을 테스트를 통해 선별하니

회사의 기대치와 나의 갭이 적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삼성이 떠올랐다.

SW직군은 코딩테스트를 합격해야하는 관문이 있고,

취업박람회에서도 SW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었다.


코딩테스트를 거쳐야하는 규모가 큰 회사에 지원하자




기초 작업(영어 성적 && JAVA 기초)


토익, 토익스피킹 성적을 살펴보니 상반기 원서접수 전에 만료여서

새로 공부해서 점수를 취득했다.

항상 생각하지만, 영어 성적 취득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

성적 기한은 2년밖에 안되고, 어디서 뭐가 틀렸는지도 안나온다.

내 성적표, 내가 내 프린터로 뽑는다는데, 매 출력시마다 돈도 내야한다.

데이터 보관료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성적표를 안뽑는 사람들은 돈을 안내는 거니까…

암튼 짜증나지만 대부분 기업의 필수사항이니

제일 먼저 준비해두었다.


다음은 코딩 테스트 준비다.

그 당시에 난 Python 밖에 못다뤘고,

Python을 코딩 테스트에서 사용 못하는 곳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삼성…

그래서 언어를 새로 공부해야했다.

대부분의 코딩 테스트에서 C, C++, JAVA를 사용할 수 있다.

셋 중 하나를 선택해서 공부해야하는데,

제일 범용성이 높고 점유율이 높은 언어라는 JAVA를 선택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후회된다.

하드웨어쪽 프로그래밍은 C나 C++이 많이 쓰임을 뒤늦게 알았다.

게다가 JAVA보다 속도도 월등히 빠르다.

입사해서 힘들게 새로 공부해야한다. 후…


예전에 SDS 코딩테스트를 자바로 본적이 있다.

그땐 문자열 비교를 ‘==’ 로 해놓고는

‘왜 의도한대로 안되지…’ 이러다 한문제도 못풀고 탈락했었다.

참으로… 취업준비 안하던 철없던 시절이다.

코딩테스트 본다는 놈이 문법도 모르다니…

그래서 이번엔 그런 불상사를 없애고자

2월까지 JAVA 기초를 튼튼히 쌓았다.




삼성 모의 SW 역량 테스트


어느 정도 JAVA 기초를 쌓았다고 생각하고,

3월 10일에 모의 SW 역량 테스트를 신청해서 봐봤다.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SW Expert Academy 사이트에서

모의 SW 역량 테스트를 신청해서 볼 수 있다.


시험 장소는 크게 서울대와 삼성인력개발원이 있는데,

항상 서울대는 순식간에 마감되버린다.

어쩔 수 없이 내 집에서 머나먼 곳에 있는

인력개발원으로 신청해서 봤다.


시험 당일에 살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시험보러 왔었다.

군인도 있었다.

‘와… 다들 열심이구나. 심지어 휴가놔와서까지…’

기세에 한번 쫄고, 시험을 시작했다.


한문제 푸는데 세시간이 주어졌다.

시험장 키보드가 꾸져서 별로 맘에 안들었다.

문제를 보고 끙끙대고 있는데,

같은 시험장의 한두명이 시험시작 20분만에 다 풀었다고 나간다.

30분이 되니까 또 다른 사람이 나간다.

심지어 군인들도 1시간도 안되서 나간다.

‘와… 머지 문제가 쉬운건가’

‘와 정말 괴수들이 많구나…’

시험보는 동안에 두번째로 쫄았다.


2시간 반을 끙끙대며 풀다가 드디어

샘플 인풋값이 다 정답으로 나왔다.

‘와… 풀기는 풀었다. 아슬아슬하니 좀 더 노력해야겠다’

나름 홀가분하게 시험장을 나왔다.


일주일 뒤, 시험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coding_test_fail

충격이었다. 샘플 인풋값은 다 맞았지만,

다른 값을 입력했을 때는 값이 틀리게 나왔다보다.

앞으로 실제 시험은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실제 시험에서는 이 정도 난이도 문제를

3시간 안에 두 문제 풀어야했다.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코딩 테스트 열공


충격에 휩싸일 시간도 없었다.

바로 알고리즘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아봤고

백준 저지로 결정 후, 단계별 풀이부터 시작했다.

baekjoon_online_judge


예전에 한 전공수업에서 자료구조에 대해 배운적이 있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그게 기억날리가 없었다.

모르는 자료구조, 알고리즘이 나올 때마다 검색해서 공부해나갔다.


진지하게 공부하기위해 키보드도

장난감같은 기계식 키보드 대신에

새로 멤브레인 키보드를 사서 바꿨다.

이전 회사에서 썼을 때 키감이 마음에 들었었다.

공부용, 업무용으로 딱인듯 했다.

K120


그렇게 아침에 눈떠서 일어나 잠들때까지

하루종일 코딩문제만 푸는 걸 한달동안 계속했다.

거의 이번 취업 준비의 90%는 이 코딩테스트 대비였다.

그렇게 시험전까지 푼 문제 수는

백준 저지와 삼성 SW Expert Academy 문제 도합하여

약 200문제였다.

baekjoon_judge_solved

sw_expert_academy_solved




코딩 테스트 시험날


솔직히 그다지 좋은 컨디션으로 보지는 못했다.

시험장소가 크게 3군데가 있었는데,

하필 내 집에서 제일 먼, 두시간 넘게 걸리는

인력개발원이었으며,

응시인원이 많아서인지 오전/오후로 나눠서 보는데

하필 오전 9시가 걸렸다.

정시에 시험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집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지하철 첫차를 탔다.

평소 새벽 4~5시에 자서 오후 12시~1시에 깨는 패턴이라

거의 잠을 못자고 침대에서 눈만 감은채로 날을 샜다.


다행히 시험장의 키보드가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 사용하던 K120과 비슷했다.

한문제라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문제를 푼 다음 미리 생각했던 체크사항도 모두 체크했다.

입력값 크기에 맞게 배열을 잘 설정했는지,

자료형 알맞게 썻는지(ex. long을 써야하는지 int를 써야하는지)

입력값이 범위의 최소값과 최대값일때도 정답이 나오는지 등등


다행히 첫번째 문제를 40분만에 풀어서

조금 긴장이 완화된채로 나머지 문제까지 풀 수 있었다.

양옆에 사람들이 거의 키보드들 두들기지 못했다.

2년전 SDS 코딩 테스트를 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회사 인적성 준비


이번에 삼성만 쓴건 아니다.

그정도로 난 대담하고 자신감이 넘치지는 못하다.

총 4군데를 지원했는데, 그 중 하나가 삼성전자였다.

네군데 모두 개발직군으로 지원했다.


H그룹 계열사는 서류에서 탈락했다.

아마… 예전에 최종합격까지 하고 안가서 블랙리스트가 된듯하다.


K통신사도 서류에서 탈락했다.

아마… 컴퓨터 공학 전공이 아니여서…?

우대 전공에 산업공학과가 있지는 않았다.

예전에 석사 졸업하고, 논문 분야 살리고자

통신연구쪽으로 지원한 적도 있는데 그때도 서류탈락했다.

통신직무 지원하면서 전공은 산업공학과인게 원인인듯 했다.

보통 통신분야면 전기/전자/전파 전공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추측일 뿐이다. 여튼 K통신사와는 연이 없는듯하다.


S그룹 반도체회사는 다행히 서류는 합이였다.

예전에 최종합격하고 안갔었는데,

다행히 블랙리스트는 안됐나보다.(이번에 됐겠지…)

자소서 형식이 괴랄했다.

각 항목에 대해 필수로 적는 사항이 있고,

추가로 쓰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분량제한없이 마음껏 더 쓰라는 형식이였다.

아… 결국 더 쓰라는 이야기이다.

결국 다 채웠다. 힘들었다.


여하튼 S사의 인적성 시험은 코딩 테스트보고 일주일 후였다.

바로 인적성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역시 인적성 공부는 그닥 재미가 없었다.

너무 하기싫은 날엔, 그냥 코딩문제를 풀었다.

코딩테스트는 끝났지만, 그냥 코딩 문제푸는게 재밌었다.


시험날보니, 응시인원이 엄청나게 많았다.

시험감독관이 나랑 나이가 비슷해보였다.

만약 전에 그냥 입사했었으면

나보다 후임일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마음이 복잡해졌다.


수리영역은 거의 다 풀었다.

하지만 다른 영역은 반정도밖에 풀지 못했다.

특히 한국사 부분은 30% 풀었나…

그 푼것도 거의 찍었다고 보면 된다.

‘에휴’ 한숨을 쉬며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겹친 면접일


하루하루 삼성전자와 S사의

시험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지냈다.

먼저 삼성전자가 발표났다.

시험때 다 풀긴 풀었지만, 평소에 공부할 때

워낙 실수했던 적이 많아서

혹시나 이번에도 또 뭔가를 실수했을까봐 조마조마했다.


며칠 후, S사도 발표가 났다.

잘 못봤다고 생각했는데 합격이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절망에 빠지게되었다.

두 회사의 면접일이 겹쳤다…

otl

어떻게 면접 두개보는데 그 두개가 겹치는지…

취준생에게는 면접 하나하나가 다 너무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삼성 코딩테스트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게다가 코딩 테스트 합격에 대해선 이런 생각도 들었었다.

뭔가 처음으로 개발측면에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느낌?

공정한 시험을 통해 합격한 것이니,

그게 나에겐 정말 큰 위안이 되었다.

‘아직 개발분야를 계속 도전해도 되겠구나’

‘컴공 전공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전공자도 따라잡을 수 있겠구나’




면접


일단 새벽 5시 40분에 정해진 장소에 모여야했다.

지하철 첫차로도 갈 수 없는 시간이라

주위에 친구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뭘 얼마나 빡세게 보려고 이렇게 이른 시간이 시작하는지

되게 긴장을 많이 했다.

이른 시간에 나올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가 테스트인가…


청심환도 오전용, 오후용 두개 챙겼다.

근데 먹는 타이밍을 잘못 계산해서(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아마 둘다 제대로 효능은 못본듯하다.


면접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내가 말한 모든 내용엔

‘왜냐하면, 왜냐하면…’

을 붙여 근거를 들었고,

내 의견을 진실되게, 소신껏 말했다.

예를 들어

면접관: ‘a현황에 대해서 b방향으로 해결할 방안이 없을까요?’

라고 질문하면 억지로 꾸역꾸역 해결 방안을 내는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이유로 b방향의 해결방안은 맞지 않은거 같다라고 대답했다.


예전에 취업 준비할 때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마구잡이로 지원한 후,

그 기업에 나를 맞춰서 꾸며내기 바빳다면,

이번에는 이 회사에 지원하는 이유와 목표설정이 뚜렷해서

면접때도 훨씬 수월했다고 생각한다.




잡다한 생각


이렇게 구체적인 회사명까지 쓰며 글을 쓰는 이유는

정말 이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할 각오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많은 방황이 있었으며

짧은 기간 여러번 이직으로 내 경력 상태는

엉망진창이다.

더이상 내 경력을 더럽힐 순 없다.

하지만 덕분에 인턴을 포함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스타트업, 대기업, 이공계 연구소, 정책 연구소


예전에 대기업에서 인턴할 때 충격적인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수요일이라 가정의 날이라며 모두 퇴근하라고 사내 방송이 나오고,

건물의 모든 불도 꺼지고, 컴퓨터 전원도 강제로 꺼졌다.

그런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부서 막내가 다시 사무실 불을 켜고,

다들 컴퓨터 전원을 다시 켜서 업무를 시직했다.

ㅎㄷㄷ…

회식하기로 한 날에도 퇴근시간이 되도 아무도 안일어났다.

나도 분위기에 맞춰 계속 책상에 앉아있는데

한 과장님이 오셔서 나한테 속삭였다.

‘다들 타이밍을 못잡고 있는거 같으니까 인턴님이 먼저 일어서주세요’

ㅎㄷㄷ…


이런 인상과 부모님 포함 주위 사람들의 말덕분에

한때는 무조건 공기업에만 가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전공, 적성 1도 생각안하고 마구잡이로 공기업에 지원했던 시절…

기억나는 면접도 있었다.

면접관: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대로 말해보세요’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근데 또 막상 가보니 완전 꿈에 직장도 아니더라…

‘안정적인건 좋은데… 이 일을 평생해야한다니…’


취업 카페를 보면 취직이 어려운 걸 느낄 수 있다.

보통 수십개 단위로 회사에 지원한다.

기사로 본걸로는 백군데 가까이 쓴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난 이번 포함 총 3번의 취준생활을 겪었다.

학사 졸업 후, 석사 졸업 후, 방황 후 지금

앞의 두번은 나도 한 20군데씩 지원한 것 같다.

하지만 그때도 결국 면접까지 간건 한두개일 뿐…

차라리 진짜 가고싶은 회사에만 딱 지원을 하고,

지원한 회사에 더 집중하는게 좋은 것 같다.




고마운 사람들


어려운 시기에 도와주는 친구가 진국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라 친구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정말 좋은 친구들을 뒀다는 걸 깨닫게 됬다.


힘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는 선배, 친구

야식 몰래 배달 시켜주는 친구

밥사주는 선배, 친구 등등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한화팬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