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행복해죠


비중격 만곡증 ??


비중격 == 코를 지탱해주는 가운데 뼈

만곡증 == 휜 증상


그렇다… 코뼈가 휘어서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 답답해서 하게 됬다.

현재 상태: 코는 뚫었으나 콧물땜에 여전히 숨을 못쉰다.


1. 어느 병원에서 할 것인가?


인터넷에 수술에 대해 검색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광고가 뜬다.(대부분 개인병원)

파워링크부터 지식인, 블로그까지…

하지만 이런 글에 낚일 스튜핏이 아니다.

구글링을 반나절이상하며, 여러 병원의 진성 후기를 찾아보았다.

- 개인병원

a. 아직도 구식방법(망치로 두들겨서 코뼈를 맞춘다든가…)으로 수술하는 곳이 많다. 부분마취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내 코를 망치로 두들긴다는 걸 보고 있어야한다니… 끔찍하다.

b. 성형이 메인인 곳에서 하면 코를 잘라 들춰내고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후기를 봤는데, 수술 후, 코에 다시 꼬맨 실자국 엄청나게 보인걸 보고 ㅎㄷㄷ했다…

c. 부작용 또는 증상이 악화되어 대학병원에서 다시 수술했다는 후기가 상당히 많다.

- 대학병원

a. 대부분 전신마취다.

b. 부작용이나 증상악화로 인한 후기가 거의 없다.


대학병원으로 결정!

어느 대학병원에서 할지는 후기들을 보며, 명의를 찾아보았다.

2013년도에 써진 후기을 보며, 글쓴이에게 연락해 알아내는 수고까지!

context chat

그 중 가장 맘에 드는 분을 골라, 처음에는 선택진료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택진료를 할 시,

추석연휴에 수술할 수 있는 가능성 0% + 엄청난 비용 크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명의가 계신 대학병원(늧)에서 하기로 했다.

(명의 밑에서 배웠으니, 다들 잘 하겠지…)


2. 1/4


입원 첫째날.

이비인후과 병동이 꽉 찼다고, 간암병동 (6인실)에 입원했다.

이비인후과 병동에 자리가 나면 바로 옮겨지는데, 그 자리가 2인실이면

강제로 비싼 돈을 지불하며 그곳에서 지내야했다.(제발 6인실 걸리기를 빌었다.)

첫째날은 17시에 입원해서 저녁먹고 다음날 0시부터 물도 안먹는 금식을 했다.

환자복을 처음 입어보는데 기분이 뒤숭숭했다.


자기전에 간호사가 와서 피를 뽑아갔다.

혹시 수술중에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자기 피로 수혈하기 위함이란다.

알레르기 반응 본다면서 다른곳에 또 주사바늘을 꼽았다.

몸에 구멍이 점점 더 많이 생기고 있다.


옆자리에 보호자인 할머니가 환자인 할아버지한테 빨리 자야 회복이 잘된다면서

자라고 자라고 하도 시끄럽게 해대서 내가 잠을 못잤다.


3. 2/4


입원 둘째날. 수술당일이었다.

아침 8시부터 간호사가 수술용 바늘을 놔주러 왔다.

내가 지금까지 맞아봤던 주사중에 바늘이 제일 두꺼웠다.

간호사도 아플꺼라고 했다.

간호사가 내 팔을 걷더니, ‘오~ 혈관 좋구요’ 이랬다…

바늘이 하도 두꺼워서 처음 바늘을 찌를 떄, 아프기만 오지게 아프고 바늘은 살을 뚫지 못했다.

두번째는 살을 뚫었다. 정말 아펐다. 레알 아프다. 수술과정 중 두번째로 아펐다.

바늘을 꼽고도 한참동안 아펐다.

img_shot


수술 시간은 오후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그냥 보호자였던 친구와 노가리까면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수술 시간 됬다며, 수술복 입혀주러 왔다.

그때부터 똥줄이 엄청 탔다. 군입대 1주일 전 느낌과 매우 흡사했다.

보호자와 격리되고 수술센터에 잠시 남겨졌다.

장장 15분동안 나는 휠체어에 탄 채로 방치됬다.

수많은 수술복입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15분 후,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갔다.

고래 이후 처음 수술이었다.

수술실을 보고 첫 느낌은… TV에서나 봐오던 장기적출하는 장소같았다… 차가운 공기만이 맴돌았다.

곧, 전신마취를 하겠다며 의사가 나에게 호흡기를 댔다.

호흡기에서 마취가스의 냄새가 풍겼다. 매우 독했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마취가스를 마시면 마실수록 점차적으로 정신이 흐리멍텅 해지면서 정신을 잃는 거였다.

그런데 첫번째 마취가스 흡입 후, 내 정신은 너무 멀쩡했다. (뭐지…?)

두번째 마취가스 흡입 후, 내 정신은 매우 멀쩡했다. (??? 나 마취 안되는거 아냐??)

세번째 마취가스 흡입 후, 내 정신은 매우매우 멀쩡했다.

(이러다 난 마취안됬는데 의사가 마취된 줄 알고 그냥 수술해버리는거 아냐? ㅎㄷㄷ)

네번째 마취가스 흡입 후… 난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다. 간호사가 숨 깊게 들이쉬라고 난리다.

분명 3시에 수술실에 들어갔었는데 시계를 보니 7시다.

눈에는 눈물 자국이 있다.(내 기억속엔 운 기억이 없지만)

코안에 지혈솜을 꽉꽉 넣어놔서 코로 숨을 쉴 수 없다.

입으로만 숨쉬고 자는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처음 알았다.

전신마취에서 깬 후 몇시간 동안은 잠을 못자게 했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눈꺼풀이 스르르 감길때면

옆에 있던 친구가 쌍욕을 해줬다.

하지만 피곤했던 날인지라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금방 골아 떯어졌다.


4. 3/4


입원 셋째날.

하루종일 입으로 숨쉬며 그냥 먹고자고를 반복했다.

의사선생님께서 오셔서 수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일반적으로 비중격 만곡증 수술은 30~40분 걸리는 수술인데

내 코는 일반적인 코뼈보다 훨씬 약해서

일반적인 방법으론 비중격이 코 지탱을 못하게 되서 다른 방법을 시도하느라

2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하셨다.

어쩃든 수술은 잘 됐다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5. 4/4


퇴원하는 날.

아침 7시부터 주치의 선생님께서 부르셨다.

코의 지혈솜을 뺴는 작업을 했는데 정말 너무나 아팠다.

병원에 있을동안 받은 치료 중 제일 아팠다.

태연하려고 했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쉴새없이 주르륵 흘렸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양쪽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공기에 난 감격할 수 있었다.

아직 콧속 상처가 다 아물지 안아 공기가 들어올때 시리면서 아프긴 했다.

오전 11시에 퇴원을 했다.

먹고 바르라고 받은 약꾸러미가 한무더기다.

img_pharma

집에 오니 코안에 콧물이 가득찼다.

다시 양쪽코로 숨을 쉴 수 없다. 코피도 계속 난다.

거울로 콧구멍을 살펴보니, 실이 보였다…

제발 녹는 실이기를… 빌면서

누워서 쉬면서 또 하루를 보냈다.


지금은 피는 안나고, 콧물때문에 100% 원활히 숨은 쉬지 못하지만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다.

어서 호흡의 신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